대학 잔디밭을 100% 활용하는 방법(건국대 영자 신문사 인터뷰 내용-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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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재필 작성일04-05-01 09:29 조회8,07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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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학생이라면 누구나 학교내 행정관앞 잔디밭(turf)에서 신입생 또는
재학시절에 술을 마시거나 담소를 나눈 즐거운 추억 하나는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잔디밭에서 무엇인가를 하고 싶은데 관리자의 나가라는
소리에 아무런 저항 없이 그저 푸르른 잔디밭을 뒤로 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뭔가 이상하다. 고등학교 때 대학생활을 동경하며 그리던 것 중
하나가 잔디밭에 누워 책을 읽거나 낮잠을 자는 모습 아닌가? 또 우리가 TV에서 흔히 보았던 외화에서 잔디밭에서 뛰노는 장면은
무엇인가? 여기서는 행정관 앞 잔디밭 개방이 가능한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앞으로 잔디밭은 행정관 앞 잔디밭을
지칭한다.)
첫째로 잔디는 푸른 배경을 형성하여 아름다운 경관을 주고, 재미있는 각종 활동과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둘째로 빗물과 바람에 의한 표토 유실량(soil erosion)과 비산량(dust)을 감소시킨다. 잔디로 피복된 토양은 일반 작물을 경작하는 토양에 비해 토양유실이 1/5에 불과하다고 한다.
셋째로 공기를 정화시키고 소음을 완화한다. 미국의 많은 잔디 운동장은 매년 1,200만톤의 먼지를 거르는 역할을 한다. 또한 잔디 운동장은 소음을 20~30% 정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넷째 지면을 피복하여 여름을 시원하게 하고 겨울은 따뜻하게 한다.
여기서 우리는 첫 번째 기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른 기능들은 잔디가 아닌 일반 풀이 나있어도 거의 비슷한 기능을 한다. 하지만 첫째 기능은 좀 다르다. 잔디가 아닌 다른 풀들이 자랐을 경우는 표면을 이용한 각종 활동(레크레이션)과 휴식이 불가능하다. 일반 풀은 길게 뻗어있는 줄기사이에서 자리를 깔고 앉아 휴식이나 각종 활동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첫 번째 기능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잔디의 생장점(growing
point)이다. 잔디가 아닌 다른 풀들은 생장점이 줄기의 가장 윗부분에 있다. 그러나 잔디의 생장점은 지표면과 닿아있는 뿌리와 줄기
사이에 있다. 잔디가 아닌 다른 풀들은 2~3cm 높이로 자르면 그대로 죽어버리지만 잔디는 일정한 높이로 윗부분을 깎을 수 있다.
그리고 일정한 높이로 깎는 것은 제멋대로 나있는 것에 비할수 없이 관상효과가 크다. 잔디의 종류는 이용적 측면에서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스포츠형이고 다른 하나는 관상용이다. 스포츠형은 상암 월드컵 경기장 같은 축구장에 심어진 잔디이다. 이 경우 배수 시설과 스프링 쿨러 같은 관수시설을 포함해서 잔디 운동장을 조성하는데 3-6억원이 들어갔다고 한다.
관상용 잔디는 한강 둔치 축구장에 심어진 잔디를 생각하면 된다. 이것은
조성하는데 3,000만원~1억원 정도의 금액이 들어간다고 한다. 물론 우리학교의 잔디역시 관상용 잔디이다. 그렇다면 그 차이는 어떠할까? 월드컵 경기장은 하루 2게임정도가
주3일이상 가능하다고 한다. 축구의 격렬함을 생각한다면 그 잔디가 얼마나 좋은 품질인지 상상이 간다. 하지만 그 잔디는 자주 깎아야
되며 관리비용도 관상용에 비해 훨씬 많이 든다. 한강둔치 축구장은 잔디구장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초라하다. 거의 맨땅수준이고, 잔디는
거의 없다. 하지만 이 잔디는 자주 안 깍아도 되고, 관리비용도 훨씬 적게 든다. 우리 학교 잔디가 새싹이 돋기 시작하는 시기는 4월달이다. 그리고 앞으로 다가오는 10월달부터는 잔디가 겨우내 나가 위해 양분을 저장하는 시기이다. 학기초에는 잔디밭에 들어가도 되지만 4월 초부터는 잔디가 새싹을 돋는 시기이므로 들어가서는 안된다. 또 영양분을 저장하는 시기도 들어가서는 안 된다. 따라서 우리학교 잔디의 이용 가능한 시기는 대체로 5월 말에서부터 9월 말까지이다.
하지만 실제 이용시기는 더 짧다. 왜냐하면 6월 말부터 8월 말까지는
학생들 방학기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생들이 실제적으로 이용 가능한 시기는 두 달이다.
“잔디밭에 들어가지 마시오”란 글이 쓰인 울타리를 넘어 들어가는
학생마음이 그리 편해 보이진 않는다. 밤에 잔디밭에서 북을 치는 한 학생에게 허락받고 여기에서 북을 치냐고 물어보았다. 그 학생은
아무런 대답을 못한 채 당황하는 표정이었다. 불레틴은 잔디밭 개방에 대해 한국잔디학회 사무국장 이재필농학박사를 만나
자문을 구했다. 그가 제시한 방법으로 요일별 개방이나 장소별 개방 방법이 있었다. 요일별 개방은 말 그대로 월요일은 개방하고 화요일은
닫는 그런 방법이다. 장소별 개방은 하루는 잔디밭의 왼쪽을 다른 하루는 잔디밭의 오른쪽을 개방하는 방식이다. 만약 위와 같은 방법을
한다면 막아놓은 곳을 굳이 들어가거나 또는 나가라고 했을 때 아무 말 못하고 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시기도 두 달로 제한된다. 물론 사람이 우선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들어가고 싶으면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그 만큼의 비용(다시 심는)이 들어갈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은 없다. 이재필 박사가 마지막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켄터키 블루그래스(Kentucky bluegrass)라는 한지형 잔디(cool-season grass)를 덧파종(overseeding) 하는 것이다.
이 잔디의 생육기간은 좀 독특하다. 우리학교 잔디의 성장 곡선은 한 여름이 최고치를 그리는 것과는 달리 캔터키 블루그래스는 3-6월과 9-11월 정도에 최고의 성장률을 보이며 한여름에는 성장이 현저히 떨어진다.
따라서 만약 이 잔디를 학교 잔디와 잘 섞어서 심는다면 사계절동안 푸른
잔디에서 뛰놀 수 있다. 하지만 켄터키 블루그래스는 많은 물을 요구하므로 잔디밭의 면적에 따른 관수시설(irrigation
system)이 필요하다. 또한 잦은 깎기, 시비, 관수 등 관리하기에 손이 더 간다. 특히 스포츠형 잔디밭을 유지하기 위해 매년
파종해야하며, 행정관 앞 잔디밭에 켄터키 블루그래스 종자를 파종시 필요한 잔디량은 22kg 짜리 한 포대가 필요하며 가격은 22만원
정도 된다. 잔디는 사치품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잘 살게 되면서, 골프장과 잔디구장 그리고 학교잔디와 집 앞의 잔디까지 우리의 삶에 더 가까이 다가올 것이다.
이제 가을이다. 잔디밭에 들어가 책한권 읽어 보는 것이 어떨까? 그리고 만약 나가라고 한다면 위와 같은 대안을 제시해 보자. 말없이 씁쓸하게 잔디를 뒤로하고 돌아서지 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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